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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왜 아무도 막지 못했는가 – 자율협약의 민낯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6-05-06 08:41:59
  • 조회수 : 26

제3화: 왜 아무도 막지 못했는가 – 자율협약의 민낯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중소자영업총연합회 사무국입니다.

1화에서 우리는 이 싸움의 본질을 이야기했습니다. 2화에서는 황광선 씨가 혼자 버텨온 126일을 기록했습니다.
오늘은 그 126일 동안 왜 아무도 그를 막아줄 수 없었는지, 그 구조적 이유를 들여다봅니다.


상생협약이란 무엇인가
2012년,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정부와 업계는 머리를 맞댔고, 그 결과물이 '제과점업 상생협약'입니다. 핵심 내용은 간단합니다.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같은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는 동네 빵집으로부터 도보 400m 이내에 신규 출점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것입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이 협약을 주관하고, 대한제과협회가 중소 제과점 측 당사자로 참여합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협약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하나 있습니다. 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율'이라는 단어의 함정
상생협약은 법률이 아닙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단체 간의 민간 자율협약입니다. 강제할 수단이 없습니다. 위반해도 처벌이 없습니다. 협약을 어겨도 영업 정지도, 과태료도, 형사처벌도 없습니다. 황광선 씨가 동반성장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법제처를 전전하며 들은 답변이 모두 같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민간 협약 사안이라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어느 기관도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었습니다. 황광선 씨를 외면한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개입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더 큰 문제는 협약의 해석 권한입니다.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보호 대상이 되는 중소 제과점은 "빵과 케이크를 모두 상시 제조·판매하는 곳" 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상시'의 기준이 문제입니다. 2023년 협의체 회의에서 "1개월 이상 케이크를 판매하지 않으면 보호 대상에서 제외" 라는 기준이 논의됐습니다. 그런데 이 기준은 협약 본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기업과 제과협회 간 내부 합의로만 존재합니다. 황광선 씨가 관련 회의 자료 열람을 요청했을 때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촬영 불가, 사본 제공 불가."

협약의 해석 기준이 당사자들끼리만 알 수 있는 비공개 문서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은 그 기준조차 확인할 수 없습니다.


뚜레쥬르는 왜 이 자리에 출점했는가
뚜레쥬르가 나쁜 의도를 가졌는지 여부는 이 글에서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명확합니다. 현행 자율협약 체계에서는 기업이 기준을 유리하게 해석할수록 이익입니다. 협약 본문에 없는 기준을 내세워 보호 대상에서 제외시키면, 아무런 법적 제재 없이 출점할 수 있습니다. 위반에 따른 비용이 전혀 없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바로 황광선 씨의 사건에서 기준이 네 번 바뀐 이유입니다. 처음부터 결론은 정해져 있었고, 그 결론에 맞는 기준을 찾아간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착한가격업소도 소용없었습니다
황광선 씨는 수원시로부터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곳입니다. 지역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착실한 가게라는 공적 인정입니다. 황광선 씨는 이를 근거로 보호 대상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착한가격업소 지정 제도와 제과점업 상생협약은 설립 취지와 적용 기준이 명확히 구분됩니다. 착한가격업소 지정 사실만으로는 상생협약 적용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사정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역사회에 기여해온 소상공인이라는 사실도, 공적 기관의 인정도, 이 구조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구조가 문제입니다
황광선 씨의 사건은 특정 기업의 도덕성 문제만이 아닙니다. 강제력 없는 협약, 비공개 해석 기준, 개입 근거가 없는 행정기관. 이 세 가지가 맞물려 만들어낸 구조적 공백의 결과입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제2의 구름빵집은 반드시 나옵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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